쿠알라룸푸르에서의 4일차..
쿠알라룸푸르에 저녁에 도착한 첫날을 제외하고 지난 2일간 총 20시간을 넘게 걸어다녔다.(양쪽 발에 5개의 물집 득템...-ㅅ-;)
계획했던 빡센 일정을 무사히(?) 마쳤으니, 이제 조금은 여유롭게 외곽투어를 즐겨보자..
외곽투어의 첫번째 행선지는 바로 바투동굴(Batu Caves)..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북쪽으로 13Km 거리에 위치해 있는 바투동굴은 인도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힌두교 성지이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바투동굴로 이동하기 위한 가장 편리한 수단은 단연 KTM커뮤터(KTM Komuter)가 아닐까 싶다.
바투동굴역은 KTM 커뮤터의 종착역으로 KL센트럴역에서 50분이 소요되며 바투동굴행 열차의 배차간격은 15분이다.
KL센트럴역에서 바투동굴 까지의 요금은 1RM(약 385원), 돌아올때는 2RM(약 770원)이다. 요금이 왜 다른지는 모르겠다..--;;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지만.. 모르는 곳에서 모르는 곳으로.. 버스를 타고 원하는 목적지를 찾아가기는 쉽지 않은듯 하다.)
원래 8시 즈음에 KTM 커뮤터를 탈 생각이었지만.. 늦장부린 탓에 1시간 늦게 KL 센트럴역에 도착..
표를 끊고 들어오는 곳에도 열차별로 도착시간이 표시되어 있었고, 승강장에도 열차의 도착 예정시간이 표시가 된다.
배차간격이 15분이지만 운이 좋게도 열차를 기다린 시간은 2분밖에 되지 않았다.
50분정도 걸려서 도착한 바투동굴역에서 바라본 힌두교 성지의 전경.. 역을 나가면 바로 힌두교 성지의 입구가 나온다.
산으로 둘러쌓여있고 절벽을 등지고 있는 주변의 경관이 인상적이었다.
힌두교 성지의 입구에 들어서면 원숭이의 신인 '하누만' 신상이 방문객들을 반기고 있다.
(댓글 보고 내용 수정..ㅎㅎ chromimi님께 감사~^^)
동상의 반대편에는 힌두교 종교의식이 한참 진행중이었다. 아마 천주교를 빗대어 설명한다면.. 영성체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사제분이 나누어주는 하얗고 작은 것(무엇인지는 모르겠음)을 뒤돌아서서 거룩하게 입에 넣고는 기도를 올린다.
이 성지에는 여러 곳의 사원이 있었지만 그 중 절벽을 등지고 있는 사원의 전경이 상당히 멋있었다.
교인들이 맨발로 오르는 계단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있는 교인의 모습도 보인다.
이곳 뿐만이 아니라 사원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발을 깨끗이 씻고 맨발로 들어가야 한다.
기도를 마치고 계단을 내려오는 중년의 부부로 보이는 사람들..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를 올리는 여인들의 모습들도 보이고..
바닥에 완전히 엎드려서 가장 낮은 자세의 모습으로 기도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동굴의 입구쪽에 있는 또다른 사원..
제단을 들어가기 위해 발을 씻는 연인들..
(남자가 왠지 '윌 스미스'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투동굴 앞의 광장에 도착~
50m나 되는 거대한 크기의 황금빛 신상이 바투동굴 입구를 지키는듯한 포스로 근엄하게 서있다.
이 신상은 '시바신'의 둘째 아들이며 코끼리신인 '가네샤'의 동생인 '무르간'이라고 한다.
신상의 뒷편에는 깨알만해보이는 사람들이 수많은 계단을 오르고 있다.
바투동굴로 오르는 계단의 총 갯수는 272개..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지을 수 있는 모든 죄가 272가지라고 한다.
272개나 되는 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며 지은 죄들을 참회하고 속죄한다는 의미가 있으며,
계단을 모두 올라 깨끗하게 정화된 마음으로 동굴의 끝에 있는 사원에서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계단은 3갈래로 나누어져 있으며, 왼쪽부터 '전생의 죄', '현생의 죄', '미래의 죄'를 의미한다.
난 현생의 죄를 참회하는 길은 선택했다. (전생은 기억이 안나고.. 미래는 아직 겪어보지 못했기에..-ㅅ-;;)
200번째 계단.. 계단의 중간중간에는 몇번째 계단인지 알 수 있는 숫자가 씌여져 있다.
나름 체력관리를 했던 터라 계단을 오르는것 자체에는 부담이 없었지만..
보다시피 계단이 가파른데다가 폭이 상당히 좁아서 발이 큰 사람들은 까치발로 조심히 올라가야 하다보니 계단 오르는게 쉽지는 않았다.
(실제로 내려올때는 미끄러져서 대여섯개의 계단을 엉덩이로 내려왔다..ㅡㅡ;;)
272개의 계단을 모두 올라 정상에서 바라본 전경..
'내 죄는 모두 씻어졌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면서..
그다지 높다는 생각은 들지는 않았지만 가파르면서도 좁은 이 계단을 다시 내려갈 생각을 하니 살짝 막막해진다.
동굴 입구에서도 의식을 행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이 동굴은 자연산 종유석 동굴이라고 하며, 동굴의 높이는 100m에 달한다고 한다.
내부에는 석회암 기둥들이 서 있으며, 힌두신화를 그린 벽화들이 설치되어 있다.
(벽화쪽에는 은은한 조명이 켜져있지만 동굴 자체가 좀 어둡고 벽화들이 작아서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에는 살짝 무리데쓰...)
동굴과는 살짝 어울리지 않는 조그마한 가게.. 엽서나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고, 음료수도 판매하고 있으니..
마실 음료가 없었다면 계단을 올라오며 느꼈을 갈증은 이곳에서 해소하면 될 것 같다.
동굴 내부에는 또 계단이 있으며, 환한 자연광이 들어오고 있다.
환하고 따뜻한 저곳이 동굴의 가장 깊숙한 곳이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사원이 있는 곳이다.
소원을 생각하고 계단으로 향했지만..
계단 앞쪽부터 먹이를 구걸하는 수십마리의 원숭이들을 구경하면서 소원을 빈다는 것은 금새 잊혀져 버렸다.
옆에 있던 외국인이 땅콩을 던져주자 낼름 받아서 능숙하게 후다닥 까먹는다.
엄마한테 매달려서 '나도! 나도!'라는 표정으로 엄마 입으로 들어가는 땅콩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아기원숭이..
실수로 엄마원숭이가 먹이를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아기원숭이가 빛의 속도로 주워서 먹어치우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ㅎㅎ
얼핏 봐도 몇십마리가 넘어보이는 원숭이떼들..
이렇게 가까이서 야생의 원숭이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보니..
동굴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사원은 원숭이들에게 밀려서 제대로 구경도 못했다..ㅡㅡ;;
272개의 계단을 다시 내려와서..
동굴 앞의 광장을 둘러보니 음식점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메뉴의 이름은 모르겠지만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철판에서 무언가를 맛있게 구워내는 모습도 보이고..
뻥튀기류의 말린 과자를 파는 상점도 있다.
그중에서 가장 사람이 많은 곳은 코코넛을 팔고있는 상점이었다.
거대한 칼을 몇번 퍽퍽 찍어내리면 뚜껑을 열은 것처럼 코코넛의 윗부분만 싹뚝 잘려나간다.
그리곤 빨대를 꼽아서 준다.
'나도 한 번 먹어볼까..?' 고민하던 차에.. 곧은 자세로 코코넛 국물 흡입에 집중하고 있는 여인을 보고 호기심 발동..
나도 하나 시켜먹었다..ㅎㅎ
혼자인데 왜 빨대는 두개나 꼽아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의를 봐서 빨대 하나씩 번갈아가면서 흡입 시작~
맛은 약간 싱거웠다..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이온음료(2%)의 단맛이 쏙 빠진 듯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이런걸 어디가서 먹어볼까' 하는 마음에 먹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ㅎㅎ
코코넛의 가격은 3RM(약 1,150원)이다.
숫가락이 비치되어 있어서 코코넛의 안쪽을 긁어먹을 수도 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길죽한 통이 비치되어 있었고, 통의 안에는 물이 반쯤 차있었으며.. 숫가락이 10개정도 들어있었다.
숫가락을 쓰고 그대로 다시 꼽아넣는 것.. 그리곤 다른 사람이 또 그 숫가락을 쓴다는 거...-ㅅ-;;
그래도 그 숫가락으로 안쪽을 긁어 먹는 비위가 강한 사람들이 꽤 있었다.
성지 내부와 바투동굴 관광은 빠르게는 1시간.. 조금 여유있게 둘러본다면 1시간30분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매년 1월에는 '타이푸삼'이라는 힌두교 축제가 열려서 한국에서는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종교의 특화적인 문화를 접해볼 수 있다고 하니
시기가 맞는다면 축제기간에 여행을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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